믿음의 형제/어지러운 세상사

내가 법조인의 국무총리 직 임명을 반대한 이유

핵무기 2014. 6. 1. 07:53
내가 법조인의 국무총리 직 임명을 반대한 이유

검사, 판사 출신들은 엘리트 의식이 강해 자신의 명예가 손상되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는 어느 나라이든 泥田鬪狗(이전투구)의 현장이다. 명예를 보존하려면 정치는 멀리 해야 한다.

趙甲濟

법조인을 국무총리에 임명하는 것에 반대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기자회견 全文(전문)을 읽어보자.

<저는 오늘 국무총리 후보직에서 사퇴합니다.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들로 인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합니다.

변호사 생활을 비롯해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전관예우를 해준 적이 없었기에 전관예우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전관예우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했습니다.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늘 잊지 않았고 이들의 편에 서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더이상 국무총리 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늘 저의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됐던 가족들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이상 지켜보는 것도 제게는 너무 버겁습니다.

저를 믿고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 대통령께도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 합니다. 제가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부분은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국민 여러분이 보내 주신 분에 넘치는 사랑에 깊이 감사합니다.>

그는 前官(전관)예우의 의혹을 부정하였고,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들 편에서 일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왜 그만두나? 이렇게 사퇴하는 것은 그 자신보다도 朴槿惠(박근혜) 대통령에게 더 큰 타격이 된다는 것을 몰랐을까? 그런 사실을 알았더라도 자신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까? 총리직 제의를 수락하였더라면 이 정도의 의혹 제기는 각오하였을 것이다.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견디면서 청문회를 통하여 자신의 주장을 공격적으로 알려야 했다.

검사, 판사 출신들은 엘리트 의식이 강해 자신의 명예가 손상되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는 어느 나라이든 泥田鬪狗(이전투구)의 현장이다. 명예를 보존하려면 정치는 멀리 해야 한다. 인간이 하는 일을 하면 보통사람,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면 기업인, 인간이 해선 안 되는 일을 하는 이를 정치인이라고 부른다는 농담이 있다. 정치인은 때로는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되는 일을 하면서도 인간이 할 수 없는 위대한 일을 이룬다. 그런 각오가 없었더라면 총리직 제의를 거부했어야 했다.

법조인은 이미 일어난 일을 이미 만들어진 법규로 판단하는 전문가이다. 사건 사고가 연발하는 한국의 국무총리는 기습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처리하고 창조적으로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자리이다. 법조인, 학자, 언론인, 종교인 출신보다는 행정가, 정치인, 군인, 경영자 출신이 총리 자리에 더 적합하다고 보는 이유이다.

일본엔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 없다. 검사는 기업 부정, 정치 부정 등 이른바 巨惡(거악)을 수사 대상으로 삼으므로 중간에 그만두고 政界(정계)로 가는 것은 일종의 배신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일본 검사는 막강한 법적 권력을 행사하지만 생활은 修道僧(수도승) 같다. 일부 한국 검사들이 사교계의 총아로, 잠재적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에서 淸貧(청빈)을 기준으로 공직자를 선택하려는 충동은 현실과 동떨어진, 자기 위선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淸貧한 무능력자는 많지만 淸貧한 실천가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