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형제/의미있는 글과 작품

명 상(冥想)/한용운

핵무기 2014. 3. 21. 19:38

명 상(冥想)/한용운

 

    


명 상(冥想)



- 한용운


아득한 명상의 작은 배는 가이없이 출렁거리는 달빛의 물결에
표류(漂流)되어 멀고 먼 별나라를 넘고 또 넘어서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이르렀습니다.

이 나라에는 어린 아기의 미소(微笑)와 봄 아침과 바다 소리가
합(合)하여 사랑이 되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은 옥새(玉璽)의 귀한 줄도 모르고, 황금을 밟고 다니고,
미인(美人)의 청춘(靑春)을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이 나라 사람은 웃음을 좋아하고, 푸른 하늘을 좋아합니다.

명상의 배를 이 나라의 궁전(宮殿)에 매었더니 이 나라 사람들은
나의 손을 잡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님이 오시면 그의 가슴에 천국(天國)을 꾸미려고
돌아왔습니다.

달빛의 물결은 흰 구슬을 머리에 이고 춤추는 어린 풀의 장단을
맞추어 넘실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