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형제/건강상식

삼계탕의 불편한 진실

핵무기 2014. 8. 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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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원장 사진
김행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원장
닭의 자연수명은 얼마일까? 정답은 맨 끝에 나온다.

7년 전쯤, 갑자기 강아지가 다리를 떨며 앓았다. 온갖 검사를 다 한 수의사는 안락사를 권했다. 그날 새벽 두 시까지 온 가족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결국 한밤중에 대형 동물병원 응급실로 데려가 무조건 입원시켰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병원에 다시 가니, 이게 웬걸? 강아지가 깡충깡충 뛰며 놀고 있었다. 의사 왈,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서 그렇다. 잘 치료하면 살겠다"고 했다. 어휴, 안락사시켰더라면 천벌을 받을 뻔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강아지가 사료 외에 먹는 것이 있었다. 닭 국물이었다. 그날 이후, 강아지가 아프면 우리 집 메뉴는 무조건 삼계탕이다. 우리 가족은 신념을 가지고 "강아지가 닭 먹고 살았다"고 믿는다. 그 강아지가 지금 열네 살. 94세 시어머니의 '절친'이다.

복날이면 동료들에게 자주 끌려가는 곳이 삼계탕 집이다. 필자는 밥과 김치만 꾸역꾸역 먹는다. "왜 삼계탕을 먹지 않느냐"며 구박받을 때마다 이렇게 답변한다. "내가 머리가 나쁘잖아. 조류들도 아이큐(IQ)가 낮아. 그래서 안 먹어. 동족상잔의 비극이잖아." 좌중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일사일언 일러스트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어릴 적 몸이 허약해 한약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했다. 이른바 한약 금기 음식이어서다. 자연스럽게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게 됐다. 그런데 "나 채식만 해"라고 말하기는 정말 어렵다. 상대방의 식당 선택권이 '팍' 줄기 때문이다. 또 무슨 이념도 아닌데, '채식주의자'로 규정되기도 싫다.

닭의 자연수명은 무려 30년. 우리가 먹는 닭은 공장에서 45일 정도 키우다가 잡은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삼계탕을 더더욱 못 먹겠다. 그래도 우리 집 초복 메뉴는 삼계탕이다. 복날 가족들 보양식은 거를 수 없어서다. 식구들은 "혼자서만 죄짓지 않겠다는 심보"라며 한마디씩 핀잔을 준다. 이래저래 복날은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