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형제/예화

차마 쓸 수 없는 만 원

핵무기 2014. 10. 7. 17:49

차마 쓸 수 없는 만 원

철수씨는 속주머니에서 발견한 만원짜리 지페 한장이

달전에 바로 '그 돈'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친구 전화번호를 메모해 두었그 만 원짜리 말입니다.


몇 달 전의 일이다.

그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한 장꺼내

아내 민지 씨 앞에 내밀었습니다.

어젯밤 잠들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던 아내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무슨 돈이예요?"

"당신 요즘 너무 핼쑥해진 것 같아서,

내일 혼자 고기 부페에 가서 쇠고기나 실컷 먹고 와요."

철수 씨는 아내의 손에 만 원을 쥐어 주었습니다.

아내는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눈 시울만 붉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민지 씨의 시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노인정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고 있었습니다.

시아버지를 배웅하던 며느리는,

그날 시아버지의 어깨가 축 늘어진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버님,제대로 용돈도 못드리고 정말 죄송해요.

저... 적지만 이 돈으로 친구분들과 약주나 한 잔씩 드세요."

민지 씨는 앞치마에서

           만 원을 꺼내어 시아버지한테 드렸습니다.


시아버지는 어려운 살림을 힘겹게 끌어나가는

며느리가 안쓰러습니다.

시아버지는 그 만원을 쓰지 못하고,

노인정에 가서 실컷 자랑만 했습니다.

그리고 장롱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습니다.


몇 달 뒤에 설날이 찾아왔습니다.

"지연아,할아버지한테 세배해야지."

할아버지는 손녀딸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눈치였습니다.

조막만하던 녀석이 어느새 자라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것도

신기 하기만한 모양입니다.

할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놓은 만 원

손녀 딸에게 세뱃돈으로 주었습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세뱃돈을 받은 손녀딸은 부엌에서

손님상을 차리는 엄마에게 달려갔습니다.

'엄마,책가방 얼마야?"

민지 씨는 딸의 마음을 알고는 방긋 웃었습니다.

지연이는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만 원을 엄마에게 내밀었습니다.

"엄마가 가지고 있다가 나 예쁜 책가방 사줘.......,"


그날 밤,민지 씨는 또 남편의 잠꼬대를 들었습니다.

안하던 잠꼬대를 요즘 들어 매일 하는 것이,

아마도 많이 힘든가 봅니다.

그런데도 남편의 도시락에 신 김치밖에 싸줄 수가 없는 것이

무척 속상했습니다.

민지 씨는 조용히 일어나 남편의 속주머니에

딸 지연이가 맡긴 원을 넣어 두었습니다.


"여보, 오늘은 맛있는 것 사서 드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박영식 제공-

 

"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찐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잠언 15 : 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