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형제/가요
◈★박인환 / 시★◈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소녀는 정원의 초원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 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여 우는데... 박인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