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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게재된 미술, 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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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서양미술사 교수)
프랑스 파리의 평범한 골목길. 건물 2층에서 양복 차림의 한 남자가 뛰어내린다. 충격적인 이 사진의 주인공은 1950년대의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 이브 클랭(Yves Klein·1928~1962)이다. 물론 그 가 실제로 2층에서 뛰어내린 건 아니다. 사진작 가인 해리 슝크(Harry Shunk·1924~2006)와 자노스 켄더(Janos Kender·1937~1983)는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실감나게 연 기한 클랭과 골목길 사진을 따로 찍어 오 려붙이고, 그 사진을 재촬영하여 마치 진짜 같은 합성 사진을 만들어냈다. 온몸에 파란 물감칠을 한 누드 모델들이 캔버스 위에 엎드려 몸을 끌고 다니게 하는 것으로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등 파 격적인 작업 방식을 고수했던 클랭에게 '허공' 이란 '문화'의 이름으로 억눌렀던 육체적 감각을 되찾을 수 있는 해탈의 공간이었다. '허공으로의 도약'은 이처럼 자유분방한 실험정신을 추구했 던 20세기 전위미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사진을 찍었던 슝크와 켄더는 동성(同性) 연인이자 동업자였다. 그러나 1970년 두 사람의 결별 이후 슝크는 외부와 단절한 채 자신의 뉴욕 아파트에서 두문불출하다 2006년 사망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발견되었다. 슝크의 아파트는 온갖 쓰레기 로 가득 차 문을 열 수도 없었는데, 그 속에서 이브 클랭은 물론 앤디 워홀과 크리스토 등 유명 미술가 들의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버려진 슝크의 '쓰레기 '를 별생각 없이 보관했던 아파트 청소부는 그 안에 서 건진 미술품 덕에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슝크는 그 물건들 속에 거꾸로 처박혀 발목만 내놓은 채 죽어있었다고 한다. 연인이 떠난 빈자리를 물건 으로 채워보려다 결국 채워지지 않는 마지막 빈자리, 그 '허공'으로 몸을 던졌던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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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림이 스님 초상화라고?… 꼭 얼굴을 보아야만 보았다고 하겠는가 ◆
![]() - 작자 미 상 , 비단에 채 색, 120.7×70.7㎝, 1881년, 선암사 성보박물관 소장. . - 이 그림은 초상화다. 아니, 얼굴이 안 나오는 초상(肖像)도 있는가. 의아한 사람은 화면 가운데를 보면 고개를 끄덕일 테다. 사각형 테두리 모양은 위패(位牌)인데, '환 월당대종사진(幻月堂大宗師眞)'이라고 적혀 있다. 풀이하면 '환월당이라는 법호(法號)를 가진 큰 스님의 진영(眞影)'이다. 절집에서는 초상을 흔히 '진영'이라 칭한다. 화가는 얼굴 대신 이름만 가지고 초상화를 그린 셈이다. 큰스님이 무슨 면목(面目)이 없어서 그랬을까. 물론 아니다. 모든 상(相)이 다 허깨비라서 상 (像)을 그리지 않았다. 마침 스님의 법호에도 '허깨비[幻] 같은 달[月]'이 들어 있다. 환월당(1819~1881)은 법명이 '시헌(時憲)'이다. 그는 전라도 순천에서 태어나 선암사로 출가했다. 3년 동안 문 닫아걸고 법화경만 파고들어 마침내 달통했다는 학승(學僧)이다. 모르는 게 없어 그의 설법은 명료했고, 따르는 후학이 늘 도량에 넘쳐났다. 숨은 그림 찾듯이 배경을 요모조모 뜯어보자. 거기에 환월당의 구도(求道)가 들어 있다. 등용 문을 상징하는 잉어 두 마리가 물살을 박차고, 신성한 사슴이 상서로운 영지를 입에 물었다. 오른쪽 필통에 붓과 두루마리가 잔뜩 꽂혀 있는데, 왼쪽 서안 위에는 첩첩이 쌓아올린 법화경이 보인다. 그의 학구적인 이력이 민화풍의 장식과 아귀가 착착 들어맞는다. 그림 왼쪽 맨 위에 환월당을 기리는 글이 있다. 그의 제자인 원기(元奇)가 지었다. 법호에 나오 는 '환(幻)' 자를 운율 삼아 쓴 내용이 웅숭깊다. '헛된 몸으로, 헛된 세계에 나타나, 헛된 설법으 로, 헛된 중생을 제도했도다.' 헛되고 헛되다니, 무례하게도 제자가 스승을 욕보이자는 뜻인가. 천만에, 산(山)은 산이면서 산이 아니기도 한것이 선가(禪家)의 어법 아니던가. 헛됨으로 참됨을 가르칠 요량이다. 이 그림은 묻는다. '스님의 모습을 꼭 봐야만 스님을 알겠는가.' 보아야 아는 자는 보여줘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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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디 포스터·켈리 맥길리스 주연, 111분, 미국·캐나다, 1988년. - 1983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베드퍼드의 한 술집에서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술집 당구대에 여자를 묶어놓고 여러 사내가 강간한 것이었다. 그동안 다른 손님들은 구경꾼이 되어 그 장면을 '관전'했다. 이 끔찍한 사건은 미국 사 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화가 수 코우는 '베드퍼드 강간 사건'이라는 그림을 남겼고, 조너선 캐플란 감독은 영화로 만들었다. 여주인공 조디 포스터 에게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피고인(The Accused)'이다. '피고인'은 중의(重義)적인 단어로 볼 수 있다. 법정의 피고석에앉은 것은 물론 몹쓸 짓을 저지 른 범인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기소된 죄목은 성 폭력 범죄가 아니라 단순 폭행 혐의다. 피해자인 세라가 사건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마리화 나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검사가 변호사와 합의한 결과다. 피해자임이 분명한 세라에게 세상은 오히려 섬뜩한 단죄(斷罪)의 시선을 보낸다. '섹시한 옷차림으로 한밤중에 홀로 술집에 들어선 여 성 '이라는 이유로 그런 일을 당할 만한 여자, 더 나아가 당해도 쌀 만큼 헤픈 여자라고 손 가락질하는 것이다. 남성 위주의 견고한 사 회 통념 속에서 이중 고통에 놓인 사라는 분연히 일어나 기나긴 법정 투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너무도 억울해서일 것이다. 쉽지 않은 투쟁 과정은 인물들의 인생을 변화 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밑바닥 삶을 살던 범 죄 피해자에서 자기 주체성을 자각하는 여성이 되어가는 사라, 진실과 정의를 위해 진심으로 행동하게 되는 검사 캐서린(켈리 맥길리스)이 그렇다. 그리고 또 한 명, 실화(實話)에는 없 던 이가 영화에 등장한다. 사건 당시 얼떨결 에 구경꾼 노릇을 했지만 두고두고 가책을 느껴온 대학생 케네스 조이스(버니 쿨슨)다. 친한 친구를 불리하게 만들 수 없어 오래 망 설이다가 그는 결국 법정에 선다. 그러곤 진 실을 밝히는 결정적인 증언을 토해낸다. 양심의 작은 속삭임을 저버리지 못한 자 의 뒤늦은 속죄(贖罪)다. 늦더라도 움직 일 때만 세상은 조금씩 나아져간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인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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