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문에 게재된 미술, 문화, |
|
(포스텍 서양미술사 교수)
영국의 공예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 시인이며 출판인이었던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1834~1896)가 디자인하고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인쇄한 벽지다. 꽃 중에서도 수수한 데이지를 단순하게 도안한 이 벽지는 화려한 장식품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소박하 고 실용적인 '영국적' 공예를 추구했던 모리스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모리스가 활동하던 19세기 중반의 영국에서는 이미 한 세기 전에 시작된 산업혁명을 발판으로 공장에서 생산된 소비재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 오고 있었다. 그는 이처럼 기계가 준 물질의 풍 요 속에서 예술가의 독창성은 사라졌으며, 단 지 진부한 기존 스타일을 마구잡이로 뒤섞어 현란하기만 한 천박한 취향을 양산했다고 한 탄했다. 기계화시대에 영혼을 잃어버린 공예 를 되살리기 위해 그는 중세의 장인(匠人)들 로부터 영감을 구했다. 그토록 위대한 고딕 대성당을 세운 것은 오직 믿음과 열정으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동했던 평범한 장인 들의 '손'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벽지를 비롯한 가구·직물 등 인테리어 용품 일체 를 취급하던 그의 회사에서는 기계 대신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그 결과, 모리스 회사의 제품들은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는 비싼 사치품이 되고 말았다. 소수를 위한 예술을 거부하고 누구나 아름다운 물건을 쓸 수 있는 이상 사회를 꿈꾸며 '미술과 공예 운동'을 일으켰던 모리스는 이후 사회주 의에 투신했고, 1884년에 '사회주의동맹'을 결 성했다. 이런 그를 두고 엥겔스는 '지식인 중 가장 정직하지만 조직에는 가장 서툰 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곧 사회주의 동맹에서 축출당했다. 남은 것은 그가 만 든 온갖 아름다운 것이었다. |
|
◆ 임이여, 그만 책에서 눈을 떼 주오 ◆
![]() 작자 미상, 종이에 담채, 25.1×37.3㎝, 19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사람이 사람에게 옮는 병 중에서 가장 지독한 것이 상사병(相思病)이다. 내리사랑과 치사랑 하나같이 살가워도 짝사랑은 두고두고 서럽다. 모진 그리움 끝에 앓아눕기라도 하면 입은 꿀 먹은 벙어리요, 가슴은 타고 타도 연기가 없다. 그 증세가 오죽하면 옛 노래꾼의 가락에 남았 겠는가. '세상엔 약도 많고, 드는 칼이 있다 하되/ 정 끊을 칼이 없고 임 잊을 약이 없네 / 두어라, 잊고 끊기는 후천(後天)에 가 하 리라.' 살아서는 못 맺고 기어이 죽어서 풀 어놓겠다니, 외짝의 심사가 오로지 눈물겹다. 짝사랑에 우는 여자가 여기 있다. 바야흐로 가을이라 나뭇가지가 앙상하다. 독서하는 서생(書生) 앞에 등잔불이 어른거린다. 유건(儒巾)을 눌러쓴 서생은 차돌처럼 야무지다. 청운의 뜻이 단단한지 공부하는 몸가짐이 곧다. 어느새 낭자 하나가 마당에 들어섰다. 몸을 기 둥에 가린 그녀는 책 읽는 소리를 엿듣는다. 댕기 달린 귀밑머리에 윤기가 나는데, 얼굴은 무슨 일로 수심에 겨울까. 묻지 않아도 알겠다. 그녀는 서생이 보고파 밤마다 찾아왔을 테다. 그런데 서생은 웬걸, 돌아앉은 목석이다. 그 그녀는 한 발을 주춧돌에 올리고 여닫이 문 짝을 지긋이 잡는다. 몰라주는 서생이 야속 하건만 왔다는 기척을 숨겨야 하니 두근대 는 가슴마저 들킬세라 억누른다. 이름 모를 화가가 그린 풍속화다. 풍경은 소박해도 이야기는 애잔하다. 꼿꼿한 저 서생을 보니 조선 중종 때의 도학자 조광조(趙光祖)의 야담이 떠오른다. 서생 시절 조광조는 책 읽는 소리가 낭랑했다. 이웃 처녀가 반해 숨어서 보다 들켰다. 그는 처 녀에게 나뭇가지를 꺾어오라고 했다. 그걸로 그 처녀의 종아리를 때리며 야단쳤다. 서생들의 심 지가 다들 냉갈령 같다. '초학(初學)의 똥은 개 도 안 먹는다'고 한 옛말이 그래서 나왔다. 서생이 책을 덮고 등불을 꺼야 저 낭자가 발길을 돌릴까. 안타까울 손, 매는 맞지 않아 다행이라고 달랠 수도 없고…. |
(소설가) ◆ 운명을 거부한 시골 소녀 새로운 母性의 길을 걷다 ◆ ![]() - 장이머우 감독, 궁리₩장원(姜文) 주연, 91분, 중국, 1987년. -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주 발표한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중국의 작가 모옌(莫言)이다. 그의 이름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장이머우( 張藝謀) 감독, 궁리(鞏悧) 주연의 영화 '붉은 수수 밭(紅高梁)'이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부터 였다. 이 영화가 모옌의 연작 장편 '홍고량 가족' 중 제1부 '붉은 수수'를 원작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 남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것은 나의 할머니 이야기이다." 어떤 할머 니에게도 열아홉 살인 적은 있었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겠지만 1920년대 중국의 가난하고 어린 소녀에게 삶은 험난한 것이었다. 소녀 주얼(九兒· 궁리)은 나귀 한 마리에 팔려 쉰 살 넘은 양조장 주인에게 시집을 간다. 그렇지만 그녀는 수동적인 운명의 희생자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혼례 꽃가마를 멘 가마꾼(장원)의 건장한 몸을 훔쳐보고 야릇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친정 신행 가는 길에 그와 붉은 수수밭에서 뜨겁게 맺어진다. 남편이 급사한 뒤 일꾼들을 규합해 양조장을 적극적으로 꾸려가 는 것도 그녀이고, 일본군에 저항하다 잔인하게 처형된 동료들의 복수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도 그녀다. 야성적인 성격의 가마꾼과의 로맨스, 아들을 낳아 어머니로 사는 모습 등도 복합적으로 펼쳐진다. 주얼의 인생은, 봉건주의적 전통 아래 제 삶을 선택할 수 없었던 한 시골 소녀가 현실에 단념하거나 숙명에 순응하지 않고 붉은 수수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맞서 이 뤄낸 것이다. 항일운동의 한가운데에서 일 본군의 총탄을 맞아 절명하는 장면으로 그 녀의 일대기는 멈춘다. 마지막 순간의 목 격자는 새로 결혼한 가마꾼 남편과 어린 아들이다. 이 이야기가, 손자가 들려주는 할머니의 생애였음을 상기하자. 세상 모든 이야기의 숨겨진 주인공은 결국 화자(話者)의 욕망이다. 주얼의 생(生)은 죽었으되 죽지 않고 그 아들의 아들의 목소리로 살아남았다. 봉건제 붕괴, 가부 장제에 억눌렸던 여성의 해방,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모성의 신 화는 이렇게 완성되었는지도 모른다. |
|
|
'믿음의 형제 > 보고 즐길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햇볕의 미학 (0) | 2012.10.29 |
|---|---|
| [동영상]와우~~~~~~대단혀유.완전히 예술이구만유,,짝짝짝. (0) | 2012.10.29 |
| 영국의아름다운정원들(슬라이드쇼) (0) | 2012.10.27 |
| 인간 깃발 루마니아 어린이 (0) | 2012.10.26 |
| Subject:감동적인 동영상 (0) | 2012.10.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