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형제/자연

핵무기 2011. 7. 7. 18:31

삶 &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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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빌려온 비디오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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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아빠 대신

엄마가 출근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실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때마침

엄마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아빠는 늘 바쁘셨기 때문에,

한집에 살았다고는 하지만 나와 함께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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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빠와 마주치는 일은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색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신문만 내려다보는 아빠의 뒷모습이

쓸쓸하고 안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에이, 아빠 친구들은 이럴 때 왜 전화도 안 하는 거야?’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걸까,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벨이 유난히 크게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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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급히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반가움에 가득 찼던 아빠의 목소리는

잠시 후 잦아들었습니다.

내 친구의 전화였던 것입니다.

나는 빚진 죄인처럼 아빠에게서 수화기를 건네받았습니다.

니네 아빠 왜 집에 계셔?

회사에서 짤렸냐?”

임마,

우리 아빠가 도마뱀 꼬리냐, 짤리게?”

친구의 놀림에 심사가 뒤틀린 나는

수화기를 부숴져라 내려놓았는데,

아빠는 그 소리를 못 들었는지 신문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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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주머니를 탈탈 떨어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손에 쥐고

동네 비디오가게로 달려갔습니다.

재미있는 만화영화 많이 나왔는데, 어떤 걸로 줄까?”

아뇨, 어른들이 좋아하는 걸로 골라 주세요.”

어른들이 좋아하는 거라. 으음, 여기 있다.”

나는 비디오테이프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빠가 좋아하실 생각에 절로 신이 났습니다.

만면에 웃음을 띠며 집으로 들어서니

아빠가 베란다에 서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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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거, 비디오 보세요.”

아빠는 내가 건넨 비디오테이프를 한참이나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씨익 웃으셨습니다.

우리는 나란이 앉아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영화는 별로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아빠는 쉴새없이 웃음을 터뜨리시며

가끔 눈물까지 질금질금 흘리셨습니다.

그날 저녁,

아빠는 일하느라 고생하시는 엄마를 위해

낙시터에서 익힌 솜씨로 동태찌개를 끓이셨습니다.

아빠가 실직한 이후 처음으로 세 식구가 도란도란 마주앉은

저녁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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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집안에 감도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기운을 느끼셨는지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당신 왜 그래요?

뭐 좋은 일 있어?”

어어, 비디오 덕분이지.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영화였어.”

제목이 뭔데?”

아빠와 아들, 아니 아들과 아버진가?”

재미있었어?”

그럼, 무지 재미있었지.

그리고 감동적이었어.

아빠가 실직을 해서 그냥 콱 떨어져 죽고 싶은 심정으로

베란다에 서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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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 아래로 아들이 아빠한테 보여줄 비디오를

품에 안고 뛰어오는 거야.

내가 태어나서 수백 편의 영화를 봤지만,

그렇게 감동적인 장면은 처음이었어.

아들이 그 비디오를 아빠에게 건네는데,

아 그때의 가슴 찡함이란!

아빠는 너무 행복해서 귀여운 아들을 보며 결심하게 되지.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이겨내자.

그리고 그제야 깨닫게 되지.

아빠에게 아들은 따뜻한 봄볕이며 푸른 희망이라는 것을.”

여보, 그거 나도 한번 봐야겠다.

당신이 그렇게 칭찬할 정도면 대단한

명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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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명작 중의 명작이지.”

아빠는 밥풀까지 튀어가며 칭찬하셨고,

엄마는 내가 빌려온 비디오테이프를

꼭 보고 자야겠다고 벼르셨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 비디오테이프를

보지 못하셨습니다.

내가 빌려온 것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 내가 걷어찬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내 머리를 한참이나 쓰다듬어준 건

엄마의 부드러운 손이 아니라

아빠의 거칠지만 따뜻한

손이었습니다.

===행복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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