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며칠 동안 강연 때문에 중국엘 다녀왔기 때문에 ‘봉화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목격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TV에서 재방송되는 그 때 광경을 보면서, “원,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가?” 스스로 묻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추모의 모임은 예외 없이 엄숙하고 경건해야 마땅하다고 믿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은 그 모습을 볼 수도 없고 그 몸을 만질 수도 없는 ‘영’으로만 존재하는 까닭에 ‘추모’는 재래의 ‘제사’와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초상을 당한 노 씨 가문은 그것이 6년 전의 일이건 60년 전의 일이건, 죄를 지은 사람처럼 (그 날만이라도) 처신해야 옳다고 우리의 전통사회는 믿고 있습니다. 추모의 모임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번의 노무현 서거 6주년을 맞은 추모식에서는 엄청난 이변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집의 외아들이자 상주라고 해야 할 사람의 얼굴에는 한 치의 평화나 경건도 엿볼 수 없었습니다. 이 상주는 등단하여 격한 어조로, “우리 아버지를 누가 죽였나? 김무성 아닌가, 박지원 아닌가, 김한길 아닌가, 천정배 아닌가?”라며 상주는 울분에 입술과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상주가 나서서 문상객을 매도하고 물을 끼얹는 그런 만행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속칭 친노파 결사대의 결성식인가? 그것이 누가 설계하고 시공한 작품이든 이제 그 집단에서는 망조가 든 것입니다. 그리고 또 노무현의 수제자나 정치적 유산의 상속자로 지목되는 문재인은 사과의 말 한 마디 안 하고 그 자리에 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이것은 무례를 넘어 패륜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야당이 저 꼴이 되어 무너진다면 2017년 선거에서도 우유부단한 오늘의 여당이 또 승리??/SPAN> 수밖에 없으니 선진화된 민주정치는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상주의 주장은 “우리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악한들 아, 네 죄를 알렸다!”라는 것이니, 격분한 그 아들을 달래기 위해서는 노무현 자살에 관한 사직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꼭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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