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형제/6.25의 기록 영상

미처 못다 부른 노래

핵무기 2013. 6. 9. 15:43
미처 못다 부른 노래

박목월의 윤4월은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고 엿듣고 있다”. 봄의 성숙한 내음을 엿듣는지도 모른다. 송홧가루가 암꽃을 찾아 노란 별무리처럼 비행운을 남긴다. 상큼한 아까시 향기에 홀린 꿀벌들의 가냘픈 날갯짓이 절정에 이른다. 춘궁기에 돋보였던 쌀밥 같던 이팝나무의 풍성한 꽃이 하늘을 가릴 때면 꽃대궐 봄날은 여름에 그 자리를 내주는 지금이다.


연비어약(鳶飛魚躍)하는 봄날이라고 해서 생성과 탄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코 죽지 않을 것 같은 생기 넘치는 청춘예찬의 젊음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사익의 노래로 유명해진 김형영의 〈따듯한 봄날〉은 꽃구경가자며 어머니를 업은 아들이 고려장의 의식을 치르려 산길을 나서기도 한다. “…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 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 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어머니는 자기가 버려지는 것보다 아들이 혼자 돌아가다 행여 길 잃을 일이 더 걱정스러운 따듯한 봄날이기도 하다.


아무르…‘사랑’, 그 자체인 영화


지난 연말에 아내가 등을 떠미는 바람에 프랑스 예술독립영화 〈아무르(Amour)〉를 함께 관람했다. 잔잔한 감동 속에 어느새 눈물을 훔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간병하는 할아버지의 순애보(殉愛譜)였다. 피아니스트였던 아내의 황홀한 순간들을 같이 반추해보기도 한다. 차츰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몸의 쇠락과 소멸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려는 죽음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체험학습되어야 하는 죽음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는 삶과 죽음의 조용한 현장이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올 그 불확실성과 확실성의 동시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경북 청송에서 4년간 치매 아내를 간병하던 건강한 80대 할아버지가 저수지로 차를 몰아 동반자살했다. 크게 과수원을 일구던 평범한 노부부였다. 할아버지는 자부에게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아내 모습이 민망했고 자신이 죽고 나면 아내가 요양원에 보내질까 두려웠다 한다. 잠시 정신이 돌아올 때 작성한 유서에는 자식들에게 슬퍼하지 말라며, “이 길이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길이다”고 했다. 〈아무르〉 영화 그대로의 상황이 동서양의 문화차이를 넘어 우리 주변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사랑…그 사랑의 힘은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다


자그마한 일에도 눈물을 보이는 일이 잦아지기는 했지만, 원로 언론인 강한필 씨의 〈사랑: 아내간병실록 2042일〉을 미리 읽다가 흐르는 눈물은 감정이입 그 이상이었다. 아내가 난소암을 선고받고 돌아가실 때까지의 5년 7개월 동안의 비망록에는 희망과 절망, 기도와 절규, 분노와 회한, 고통과 슬픔, 눈물과 한숨이 가득 차 있다. 생사를 넘나드는 5번의 대수술, 50차례의 항암치료, 100번의 입원과 퇴원, 그리고 그 사이 잠깐 잠깐 찾아온 행복과 희망의 날들에 대한 사미인곡의 끝나지 않는 노래가 그것이다. 치열한 기자정신으로 쓴 불멸의 러브레터 이상의 아름다운 한 편의 위대한 서사시에 다름 아니다. 속살을 드러내는 쑥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사는 과정을 공개하는 용기 있는 결단은 미처 못다 부른 아내 사랑의 그 폭과 깊이와 울림이 우리가 감량하기 어려운 그 이상의 것이리라.

더 이상 주사바늘 하나 찌를 것도 없이 앙상하게 말라가는 아내의 초췌한 모습, 피눈물이 밴 병상, 이어지는 마취와 혼수상태, 항암제에 강요당한 반복되는 삭발, 기약 없는 완치의 희망을 배신하는 아픈 시간들, 죽음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 기도와 체념 사이의 너무나 먼 거리, 인간의 인내와 존엄성의 한계는 어디까지여야 하는가를 웅변으로 말하고 있다.

사회에선 신문사 편집국장, 방송사 사장직대까지 했음에도 병과 사투하는 아내에겐 무엇 하나 해줄 수 없는 무력한 남편의 안타까움에서 우리는 자유스러울 수 없다. 무슨 그리 큰일을 성취한다고 아내를 망각하며 치열한 도시의 사냥꾼 노릇에 애면글면 했던가. 투병중에 잠시 건강이 회복되어 막내 결혼식장에 나타난, 머리카락이 자라 파마를 한 아내의 예쁜 모습에 감격하는 남편의 잔영이 나를 또 울린다.

아내가 베푸는 사랑의 무게와 그 울림은 천둥소리보다 크다. 투병중에도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어야 한다는 자기암시 속에 김장을 계속하고, 남편 입맛에 맞춘 밥상을 준비한다. 밥 한 끼 차려 먹을 수 없는 바보 남편을 자신보다 더 걱정하며 나날을 고통의 축제로 기획하고 싶어 한다. 착한 사람만을 골라 형극의 길에 내던지는 강퍅한 세상을 온 가족이 함께 활활 타오르는 노을로 장엄한 세월을 승화시키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죽음의 춤을 추어야 하는 인간의 길과 그 진실을, 가족의 길과 그리고 가족의 힘과 그 사랑이 무엇인가를 되뇌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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