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형제/정치인들의 작태

교황까지 이용하는 통진당

핵무기 2014. 9. 4. 17:02
교황까지 이용하는 통진당


김한수 문화부 기자

 

성 베드로 광장의 '일반 알현',
내란음모 피고인 가족만 따로 만난듯 일부 신문에 광고
천주교계 "교황 이용 옳지않아"





 

4일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피고인들의 가족 등이 일부 신문에 낸 전면광고.

천주교 신자인 피고인 가족이 바티칸에서 교황과 마주쳐 자신들 사정을 말한 뒤 교황이 그의 머리에 손을 얹은 모습 사진을 싣고 있다.(한겨레 광고).

"당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4일 일부 조간신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통진당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사건 피고인들을 응원하는 듯한 광고가 실리자 천주교계를 중심으로 나온 탄식이다.

이날 실린 광고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란음모 사건 피고인 가족의 머리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채 기도하는 모습의 큰 사진과 함께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구속자 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기도해 주셨습니다.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는 카피가 얹힌 내용이다.

광고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내란음모조작사건구속자 가족대책위' 명의로 돼 있다.


광고 사진은 주변이 지워져 있어 교황이 피고인 가족 일행을 따로 만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교묘한 조작이라는 게 종교계 반응이다.

피고인 가족 중 한 명인 엄모씨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7월 27일자)에 따르면, 가족들이 교황을 만난 것은 지난 5월 14일이다. 수요일인 이날은 교황이 일반 신자들을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만나는 날이다.

천주교에서 '일반 알현'이라 부르는 만남이다. 교황이 이 일행 앞에 멈춰 서서 하소연을 들어준 이유는 인터뷰에서 설명되지 않았다.

다만 엄씨는 "어눌한 이탈리아어로 '도와주세요 제발, 한국에서 저희 남편들이 부당하게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저희 남편은 평화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또 "프란치스코 ! 교황님이 응답했어요. 그리고 제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시며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셨어요. 그리고 손도 꼭 잡아주시고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제 머리에 손을 올려서 강복을 해 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광고 속 사진은 수만 명이 모인 성 베드로 광장의 '일반 알현' 시간 중 교황이 '아무 말 없이' 엄씨의 머리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채 기도하는 모습인 것이다.

엄씨 등은 이 사진과 '알현' 사실을 가지고 염수정 추기경을 면담해 자필 탄원서를 받았고, 이를 근거로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과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개신교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에게서 탄원서를 받아냈다.

이 탄원서가 공개되자 종교계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탄원서 논란'에 대해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7월 30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법부 판결에 영향을 준다든지 죄에 대한 무조건적 용서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죄가 있다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게 정의다. 종교적 차원에서는 죄인이라도 회개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논란 차단에 노력하던 중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기도해 주셨다'는 광고까지 나자 종교계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탄원서' 존재 사실이 공개된 것이 7월 28일 항소심 결심재판 전날이었고, 광고 역시 8월 11일 항소심 선고공판을 불과 1주일 남기고 실렸다는 점에서 '통진당 측에 이용당했다'는 자책(自責)이 나오고 있다.

천주교 평신도단체 간부 출신인 한 인사는 "워낙 인기 높은 교황님이 방한하는 때에 맞춰 '알현'을 빌미로 종교 지도자들의 탄원서를 받아내고 또 이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옳지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hansu@chosun.com (2014.08.06)